본문 바로가기

Exhibiton/Current

김신욱 [ 공항으로 간 이방인 The stranger and the periphery]

 

사진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의 공간 아트스페이스 루모스에서 다가오는 전시를 안내드립니다.

 

한국사진콘텐츠연구소와 아트스페이스루모스에서 주최, 주관하는 세번째 지역작가 시리즈 <공항으로 간 이방인 The Stranger and The Peripher> 김신욱 개인전은 2013년부터 2024년까지 영국 런던 히드로 공항 주변에서 진행한 세 개의 작품 시리즈를 모두 선보이는 첫 번째 전시입니다.

 

김신욱은 영국 런던에서 학위 과정을 하며 생계를 위해 여행사와 다양한 사업체를 운영하며 2010년부터 만 십년 동안 3000회가량 반복적으로  런던 히드로 공항을 오갔습니다. 

 

이 과정에서 김신욱은 거대 공항 주변의 반복과 작은 변화들을 사진으로 담기 시작하였고 그 기록은 'Unnamed Land: Air Port City‘ (2013-2024), ’Night Spotter‘ (2015-2019) 그리고 ’Myrtle Avenue, 은매화길’ (2013-2024) 등의 작업으로 완성되었고, 이번 전시에서는 공항 주변의 모습과 더불어 그곳을 필연적으로 오가야만 하는 다양한 인간 군상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기존에 알려진 작품 외에도 미공개 작업과 코로나 이후 새로 촬영하여 마무리 한 다양한 신작이 선 보여지는 이번 전시 공항으로 간 이방인은 동명의 시리즈가 모두 담긴 사진책 발매와 작가와의 대화 등 많은 행사들이 예정되어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개요
전시작가 : 김신욱
전시제목 : <The stranger and the periphery>
전시일정 : 2025년 4월 5일(토) - 2025년 5월 17일(토)

전시 오프닝 : 2025년 4월 5일 토요일 17:00
전시장소 : 아트스페이스 루모스(대구 남구 이천로 139, 5층)

 

○작가노트

Unnamed Land: Air Port City

 

개인적인 이유로 2010년부터 런던 히드로 공항을 3,000번 정도 오갔다. 조금 다른 점은 어딘가로 떠나는 탑승객의 입장은 아니었으며 생업을 위해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자주 오갔다는 것이다. 반복적으로 오간 지 일 이년 즈음 지났을 때부터 공항과 그 주변만이 갖고 있는 낯선 모습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공항은 필연적으로 넓은 부지와 거대한 시설물을 필요로 하며 그로 인해 공항 내, 외부에는 많은 것들이 생겨나고 다양한 사람들이 오고 간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어딘가로 떠나기 위해 공항에 간다.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할 만큼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간다는 것은 지상에서의 물리적인 시공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이동이다. 그 이동을 위해 거쳐가는 공항은 떠나는 사람들에게 가벼운 긴장감과 설렘을 준다. 하지만 내가 공항과 그 주변을 떠올렸을 때 드는 감정과 생각은, 오가는 길이 막히지는 않을까 걱정을 하고 비행기가 연착되지 않고 예정된 시간에 도착하기를 바라는 것뿐이다.

 

오랜 시간 반복해서 공항과 그 주변을 오가면서 마주치는 사람들은 생업과 거주 혹은 여가를 위해 그리고 또 다른 다양한 이유들로 공항이라 명명된 공간을 오가고 있었다. 공항 주변에는 서남아시계 택시 기사가 한 시간에 만원이 넘는 비싼 공항 주차 요금을 피해 손님을 기다리면서 쿠르드인이 운영하는 케밥 트럭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알바니아와 헝가리에서 온 이민자들은 비행기가 내려오는 길목 바로 아래에 위치한 세차장에서 터번을 쓴 시크교도(Sikh) 운전기사의 차량을 청소한다. 스리랑카 전통 복장을 차려 입은 결혼을 앞둔 커플은 공항 인근 출입 금지 공터에 들어가 넓은 대지를 배경으로 영화 같은 웨딩 촬영을 하고, 동아시아에서 날아와 저녁 9시에 도착한 승무원은 수십 번의 비행 때 마다 머무는 호텔 앞에 무엇이 있는지 알지 못한다. 중년의 영국 남성은 매주 일요일마다 공항 활주로 담 건너편 골목에서 손 때가 묻어 고무마저 벗겨진 수십 년 된 망원경을 목에 건 채 이삼 분 마다 한 대씩 착륙하는 비행기의 동체 뒷부분에 각인된 비행기 고유 번호를 기록하려 애쓴다. 그들이 공항과 그 주변을 떠올릴 때 드는 감정과 생각은 각자 다를 것이다.

 

원래는 한적한 농가였던 지역이 양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군용 비행장으로 이용되었고, 194653118개의 취항 노선을 기반으로 히드로 공항이 개항하였다. 여느 현대 공공 시설들이 그러하듯 처음 예상 이상으로 수요가 증가하면서 반세기를 지나는 동안 공항 부지가 주변으로 확장되고 제반 시설들이 늘어났다. 그로 인해 기존에 자리하고 있던 농경지와 거주지들이 사라지거나 밀려나면서 확장된 공간과 기존의 공간들이 어색하게 공존하게 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공항 주변에서는 낯선 풍경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비행기조차 없던 시절인 1899년에 지어진 집은 뒷마당의 담장과 공항의 담장이 하나로 이어진 채로 덩그러니 남아있고, 공항 옆 공터에서는 한철 놀이공원과 서커스가 열린다. 공항으로 인해 절단되고 조각난 주변의 공간들은 인접 거주지와 공항의 완충제 같은 역할을 한다. 거주 지역과 공항 부대시설 사이의 명명되지 않은 땅들은 마치 비무장 지대처럼 공항 소유의 부지로 평소에는 출입을 금지하다가도 일정 시기에는 주민들과 일반인들을 위한 한시적인 이벤트와 축제가 열리는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그럼으로써 절단되고 조각난 파편들이 태생적으로 안고 있는 긴장감과 불확실성을 일시적으로나마 희석시킨다.

 

뿐만 아니라 비행기가 내려오는 길목에 위치한 소음이 심한 집에는 타국으로 일자리를 찾아 온 다양한 국적의 이민자들이 살고, 새로운 활주로 확장을 두고 기존 거주민들의 대립과 시위가 벌어지며, 이와 관련된 환경 문제들이 대두되는 등 현대 사회에서 일어나는 여러 모습들이 공항 주변에서는 더욱 첨예하게 드러난다. 결국 여러 형태의 이주와 노동, 다양한 문화와 역사, 종교와 인종, 환경과 개발 문제, 여가 생활 및 취미 등에 대한 다양한 모습들이 공항과 그들과의 좁은 틈 사이에 압축되어 있다.

 

공항과 그 주변의 경계는 뚜렷하면서도 모호하고, 직접적이면서도 애매하다. 공항의 활주로는 높은 담으로 둘러쳐 있지만 공항 바깥을 우회하는 길과 맞닿아 있고, 그 길가에는 공항이 소유한 거대한 장기 주차장과 렌터카 회사, 호텔 등 공항을 위해 존재하는 시설들이 도미노처럼 연결되며 펼쳐진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공항과 그 관계시설인지 정확히 정의하기 모호할 만큼 공항은 주변부를 끊임없이 잠식해 나간다.

 

그래서 나는 정확히 재단할 수 없는 공항과 그 주변을 통틀어 ‘Unnamed Land: Air Port City’ 라고 명명하였다.

 

‘Unnamed Land: Air Port City’ 는 필연적으로 그 주변에 낯선 풍경을 만들고 다양한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오늘날 도시가 작동하기 위한 필수적인 시설이면서 멀리 떨어진 공간과 공간을 이어주는 공항.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도시는 공항을 품지 못한다. 이미 자리잡은 도시가 내어줄 수 없는 넓은 부지를 필요로 하고 여러 제약과 비행기의 소음으로 인해 도시에 편입될 수 없어 외곽에 자리한다. 이로 인해 공항 주변은 도시와 외곽의 경계에 걸쳐 급조된 생경한 모습들을 보여준다. 하지만70여년 전 이곳에 자리한 런던 히드로 공항은 여전히 살아 숨쉬고 끊임없이 그 몸집을 불려 나가고 있다.

 

‘Unnamed Land: Air Port City’ 시리즈를 통해 개인적으로 오랜 시간 공항 주변을 반복적으로 오가며 관찰한, 공항이 자리함으로써 생성되는 주변 모습의 특징과 특정 장소와 다층적, 다면적 관계를 맺는 여러 개인들의 군상을 통하여 공항이라는 장소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것이 아닌, 주변 공간과 상황을 통하여 역설적으로 공항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장소성을 드러내고 그로 인해 파생되는 모습에 주목하고자 하였다.